2007년 10월 16일
살면서 만났던 최악의 사기꾼.
02년부터 04년 가을까지 열심히 암 관련 카페에서 활동을 했었다.
지금은 그때 친하게 지냈던 분들이 대부분 다 돌아가셔서
거의 가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지만,
거기 발길을 끊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초록눈동자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스스로 자신이 말기 암환자이고 직업군인이라고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애초에 이게 말이 안되는 거였는데;;;)
그때가 04년 봄이었는데, 나는 휴학하고 부산 집에 있었을 때였다.
부산에 있는 회원들끼리 두어번 모임을 가지면서 친분을 쌓고 있을 때였는데,
서울에서 그 사람과 또 다른 몇몇 회원들이 내려와서
즐거운 시간을 같이 보냈었다.
그때 그 사람 얼굴을 처음이자 마지막(그러길 바란다;) 으로 보았다.
그 사람과 그렇게 많은 친분을 쌓았던 건 아니다.
두어번 채팅을 했고 한 통의 메일을 받았고 한 번의 모임에서 만나서
그 사람과 같은 차를 타고 바닷가에 갔고 같이 바다 구경을 했고
같이 점심 한번 저녁 한번 먹은 것 뿐이다. (당연히 다른 회원들과 다같이;)
그런데 그 무렵 이미 그 사람은 그 카페 회원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었다.
한 분에겐 현금 1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고
(모임에서 자기 입으로 했던 말이다. 자기를 믿고 그분이 주신 돈이라고;)
내가 그 사람이 몰고온 차가 렌트카인 걸 알아보기도 했었고
여러명이 방잡고 이야기하면서 내가 우리 외삼촌 경찰이라고 그러자
나한테만 돈이야기를 안하려고 하더라.
그 모임에서 본 그 사람의 이미지는 크게 나쁘진 않았다.
왜 저렇게 돈 이야기를 하나 싶긴 했는데;;
그리고 그 후로 나는 아르바이트에 바빴고 그래서 그 사람이 주최하는
모임에 첨엔 간다고 말했다가 가지 못했고 당분간 카페 일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여기저기 사기를 쳤더라.
암환자분에게 상황버섯 싸게 구해준다고 해서 입금받고 물건은 보내주지 않고
또 다른분들에겐 중고차를 몇백만원에 사라고 하고 그랬단다.
나는 금전적인 피해를 입은 건 없지만,
나조차도 내가 그 사람이 주최하는 모임 안간다고 그래서
그사람이 삐져서 활동을 접은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그 사람은 나를 방패막이로 삼아서;;;거기서 슬슬 발을 뺀거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좀 까칠하게 말하긴 했었거든;;;)
...근데 진짜 그러면서 막상 나한텐 얼마나 착하게 굴었는지
나는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두어달동안 그 사람에게
미안해했더랬다. 한 분이 용기를 내서 사실을 밝히기 전까지;;;
그래놓고 다른분한테는 나한테 미안하다고 전해 달라고 했단다.
직접 하지도 못할 미안하다는 말은 왜 하나.
그 사람이 암환자는 아닐테지만,
...내가 보기엔 암보다 더 무서운 병에 걸린 환자다.
...이젠 시간도 많이 지나서 그 사람이 밉진 않은데;;
그냥 참 인생이 불쌍하다. 나보다 열살이상 나이 많던데
왜 그러고 사나 싶어서.
# by | 2007/10/16 05:38 | 일상다반사 | 트랙백



